지난 2월 1일 인도 정부가 2019년 잠정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예산안에는 대다수의 예상과 마찬가지로 총선을 겨냥한 다양한 시혜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예산안에 '잠정(Interim)'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유는 오는 4~5월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1년 전체 예산안은 그 이후에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예산안의 발표는 병가 중인 자이틀리 재무장관을 대신하여 대행직을 맡고 있는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철도부장관이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인도의 예산안은 직전 회계연도 말인 2월에 연방 의회에 상정된 이후 의결 절차를 거쳐 새로운 회계연도의 시작일인 4월 1일부터 집행됩니다.
예산안에는 농민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하는 총선 승리용 대규모 지원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도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들을 위한 현금 지급책입니다.
예산안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에이커 이하의 토지를 보유한 저소득 농민들을 대상으로 연간 6,000 루피를 직접 지급할할 예정으로, 이에 필요한 예산을 총 7,500억 루피로 책정했습니다. 혜택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농민의 수는 1.2억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직접적인 지원책을 펼치는 이유는 이들의 상당수가 현재 굳건한 지지를 보내줬던 이전과 달리 반여당 세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경제적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모디 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와 다르게 농업 분야의 성장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고질적인 농가 부채 문제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고, 또 최근에는 가장 주된 작물이라 할 수 있는 양파 가격마저 폭락함에 따라 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지난 연말에 있었언 5개 주의회 선거에서 농민들 대다수가 야당에 몰표를 던짐으로써 보다 더 주목되고 있으며, 정부 여당 내 위기감도 날이 갈 수록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 참고 기사: 2018년 인도 5개 주의회 선거 결과: 사실상 콩그레스 완승...BJP 총선 가도에 빨간불 ('18.12.12일)
☞ 참고 기사: 인도 농민들 모디 총리에 등 돌리나...민심 이반 현상 현실화 ('18.6.4일)
이와 더불어 이번 예산안에는 BJP의 주요 득표층 중 하나인 중산층을 겨냥한 세제 혜택도 있습니다.
임금 근로자 및 자영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환급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종전의 소득세 면세 한도로 설정되어 있던 연소득 25만 루피 기준을 50만 루피로 2배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에 직접적인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는 3,0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금생활자와 연금생활자를 위해 표준 공제 한도를 종전 40,000 루피에서 50,000 루피로 상향 조정했으며, 은행 등으로부터의 이자 수익에 대한 원천공제(TDS) 한도도 종전 10,000 루피에서 40,000 루피로 인상했습니다.
침체된 주택 시장에 대한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책의 일환으로써, 주택 개발 사업자에 대한 환급 혜택 확대와 함께 2주택 보유자에 대한 면세 및 인센티브 지급 방안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저소득층을 겨냥하여 약 1억명에 달하는 비조직 분야의 노동자들에 대한 월 3,000 루피의 연금 지급 방안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예산안에 따르면 해당 연금의 본인 부담분은 월 100 루피로 설정되어 있으며 지급 연령은 60세부터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이번 예산안의 또 다른 특징적인 부분에는 국방 예산과 철도청 예산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조 루피와 1.58조 루피가 각각 배정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인프라 분야와 관련해서는 항만과 농촌 도로, 그리고 내륙 수로 개발과 같은 교통 인프라 확대-개선 사업에 상당한 자금이 투여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예산안에는 북동부 지역의 인프라 개선 위해 해당 지역에 기존의 할당분 보다 21% 더 증가한 5,816억 루피가 배정되었습니다.
또한 '공동서비스센터(CSC)'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5년 내 10만개 이상의 마을들을 디지털화하는 내용의 '디지털 인디아 레볼루션' 사업도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기존에 외국계 영화 제작사들에만 허용되던 '단일 승인 창구' 편의를 자국 영화사들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이번 예산안은 총선 승리를 위한 대규모 지출 사업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가 겪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치와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도 이러한 인도 정부의 포률리즘 행보와 관련하여 재정 건전성 악화에 따른 신용평가 하락을 경고한 바 있으며, 콩그레스 등 야당들도 이번의 예산안이 '잠정'을 가장한 '풀(Full)' 예산이라며 비난을 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이날 발표를 맡은 피유시 고얄 장관 스스로도 2018-19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가 본래 목표로 했던 GDP의 3.3%를 넘겨 3.4%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는 2020-21 회계연도까지 적자 규모를 3.0%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합니다.
다만, 인도 재계는 중산층과 농민 친화적인 예산안이 소비 수요와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그 중 단기적으로 가장 큰 수익이 기대되는 분야는 소비심리의 고저와 밀접하게 연관된 일용소비제(FMCG)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참고 기사: 총선을 위해 포퓰리즘 카드를 집어든 모디 정부: 관련 주요 정책 정리 ('19.1.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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