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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르베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인도에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늦은 수업을 따라가며 방에 최소한 필요한 물품들을 사다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 배정받은 기숙사 방은 전에 방을 쓰던 네팔 친구가 엉망으로 사용했기에 여기저기 부서진 곳이 많았다. 화장실 세면대가 곧 떨어져 나갈 지경이고, 부엌에는 물이 세서 싱크대를 이용할 수 없고,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단 머물 방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밖에서 살게 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여지가 많기에 이쯤에서 만족해야 한다. 하나하나 천천히 고쳐서 쓰면 되니까.

 


이곳에서 이미 6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었기에 많은 부분에서 익숙하다. 본과 3-4학년 학생들과는 이곳을 떠나기 전에 만났었기에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 그때는 막 공부를 시작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끝을 바라보는 학년이 됐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 학교를 마치고 삼 년 하고도 십 개월이 지났다. 이제와 다시 보니 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나에게 변화하는 인도를 느끼게 해 준 것은 바로 FRO(외국인 거주 신고) 절차였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직접 서류를 경찰서의 해당부서에 가져가야 했고, 당연히 기본 서너 차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온라인 서식을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를 스캔해서 업로드하면 며칠 내로 허가가 떨어진다! 단 한 시간 작업으로 가능해졌다! 지금 인도에서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온라인상으로 가능하게 하는 운동(Digital India)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런 변화가 얼마나 더 이루어질지 기대가 된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고전 연구학과(Samhita&Siddhanta)’에는 나를 포함해 총 6명의 1학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구자라트 주에서 온 친구도 있고, 남인도 께랄라에서 온 친구도 있다. 각 과마다 약 6명 정도의 신입생이 있는데,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도 있어서 수업은 보통 영어와 힌디어로 진행된다.(인도 전역에서 힌디어는 필수로 배운다.) 그래서 영어와 힌디어를 오락가락하는 수업에서 나는 혼자 열심히 헤엄치는 중이다. 아직 내 힌디어 실력이 수업을 자유롭게 듣고 이해할 만큼이 되지 않기에 그렇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부지런히 공부해서 언어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도에서 공부하는 건 많은 언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자라트 주에서는 ‘구자라띠’어를 알아야 하고, 까르나따까 주에서는 ‘깐나다’어를 배워야 했다. 그 외에 께랄라 주는 ‘말라얄람’어, 따밀나두에서는 ‘따밀’어를 사용한다. 인도에는 지역에 따라 약 22가지 이상의 언어가 상존한다. 대부분이 글자도 발음도 어휘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람들끼리는 힌디어와 영어로 소통한다. 지금까지 인도에 머물면서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접하다 보니 한 가지 배운 점은 언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과 환경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곳에 왔을 때는 꽤나 고생을 했다. 이곳의 문화를 모르고, 사람들을 몰라서 그렇다. 내가 살아온 문화와 관념을 기준으로 보니,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않던가. 나 또한 이곳의 생활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 나 혼자 거슬러 가려고 하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지는 것을 안다. 기대치를 조정하고 주어진 여건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살아갈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곳의 날씨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다. 이맘때가 가장 활동하기 좋다. 1월이 가까워지면서 기온이 더 내려가고 2월이 지나면서 다시 더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학교에서 3개월 과정으로 외국인들에게 아유르베다를 가르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미국-유럽 등지에서 사람들이 아유르베다를 공부하러 찾아온다. 걔 중에는 정규과정을 지원해서 공부를 이어간다. 삼 개월은 아유르베다를 알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아유르베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 외국인 기숙사에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곳에 오면서 이번에는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오랫동안 지속해서 해보고 싶었다. 오늘이 그 시작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관점 그리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서로 나누기 시작하면 훨씬 다채로운 교류가 이뤄질 것이다.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인다. 이번 인도에서의 목표는 ‘꾸준함’으로 정했다. 하루하루 작은 것들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 그런 작은 노력이 가진 큰 힘을 믿고 있다.

 

KOR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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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라끼 아말라끼
6 Lv. 3600/4410P

2010년을 시작으로 

구자라트 아유르베다 대학교(Gujarat Ayurved University)에서 

B.A.M.S (Bachelor of Ayurvedic Medicine and Surgery)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동대학원 고전연구학과(Samhita Siddhanta Department) 전공의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 인도에서 인도의 전통의학을 배우고 느끼고 생활하는 이야기를 조금씩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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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본문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전해주세요.^^
비카로프 2020.02.19. 10:21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인도는 언어와 문화적 다양성이 일상적이군요. 모든게 값진 경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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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라끼 작성자 2020.02.19. 16:38
비카로프
네. 삶에서 주어지는 것들을 열심히 배우는 중입니다. ^^ 감사합니다.
댓글
경기인 2020.02.20. 22:03
차근차근 곱씹어가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 전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본격적으로 바빠지시더라도 잠깐씩 짬을 내서 글을 계속 이어가주셨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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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라끼 작성자 2020.02.23. 00:44
경기인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읽어주셔고 고맙습니다.
댓글
경기인 2020.02.20. 22:04
닉네임 아말라끼는 어떤 의미인가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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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라끼 작성자 2020.02.23. 00:40
경기인
아말라끼는 나무 열매의 이름입니다. 아말라끼는 약용 열매로 "라사야나" 즉, 몸의 회복을 돕고 노화를 늦추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약방의 감초처럼" 여러 약재들을 함께 복합적으로 사용할 때에도 유용하게 이용되지요.
댓글
레드월 2020.02.24. 15:34
아말라끼
혹시 아말라끼라는 시중에서 구할수 있을까요? 인도약은 모링가 먹고있는데 아말라끼는 처음들어서요..노화를 늦춘다니 한번 먹어보고싶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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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라끼 작성자 2020.02.25. 02:00
레드월
아말라끼 열매는 마켓에 가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을겁니다. 가루약도 아유르베다 약국에 가시면 구하실 수 있고요. ^^
댓글
레드월 2020.02.25. 18:39
아말라끼
구글에 amalaki 치니까 바로 나오네요. ㅎㅎ감사합니다!!
댓글
경기인 2020.02.27. 22:23
아말라끼
감사합니다!!
나중에 여유 되시면 인도에서 효과 좋은 약초나 아이템들 하나씩 소개해주시면 아주 유용할것 같아요
우선 아말라끼 먼저 시도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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