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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생각나서 써보는 인도 에피소드 #1 - 델리~러크나우 버스 이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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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서 써보는 인도 에피소드 #1

 

IMG_2342.jpg

 

어제 델리에서 UP주로 버스 1,000여대가 이주 노동자들 이송작전을 벌였는데, 이를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서 한 번 써본다.

 

때는 2015년경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델리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샀는데, 이 강아지를 UP주의 특정 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할 일이 있었다. 왜 굳이..? 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왜 그랬는지 설명해드리지 못하는 점은 미리 양해를 바란다.

 

암튼 델리 브리더들을 수소문하여 당시에는 인도에서 유명하지 않은 견종이었던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구했고, 이 강아지를 UP주로 이동시켜야 하는 이송 작전을 벌이게 되었다.

 

델리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교통 허브라 할 수 있는 러크나우(Lucknow)를 거쳐야 했는데,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총 4가지가 있었다.

 

1. 비행기 (델리-러크나우 직항)
2. 기차 (델리-러크나우)
3. 버스 (델리-러크나우)
4. 택시 (왕복 운임 지급)

 

비행기를 타자니 이 강아지 한마리를 위해 챙겨야 할 검역 서류 등이 너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기차는 이 강아지가 외부에 노출되어봤자 크게 좋을 것이 없겠다 싶어 기차는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기차가 가장 좋은 옵션이었다 싶다)

 

택시는 왕복 운임을 지급해야 하기에 비용이 비싼 관계로, 조금이라도 절약하여 회사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버스는 델리 북부의 아난드 비하르 (Anand Vihar)에서 출발했다. 사설 버스 어플인 레드 버스에서 예매를 했기에, 내가 탈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잘 찾아야했다.

 

종합버스터미널 같은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략 출발 2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여 버스를 찾아 다녔다. 몬순 때문에 질척거리는 바닥을 피해다니며 수차례의 번호판 대조작업 끝에 내가 탈 버스를 찾아 탈 수 있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2개 좌석을 미리 예매하였었고, 인도에서 버스를 타면 운전석 바로 뒷자리를 점하라는 명제를 알고 있었기에 (*뒷자리로 갈수록 열악한 도로 환경으로 인해, 과속방지턱 등이 나올 때 마다 내 몸이 점프하여 천장에 닿으려고 한다) 어플로 미리 명당 자리를 예매해뒀었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도착했더니, 내가 예매한 자리는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고, 나에게는 가장 뒷자리로 가라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짓했다. 그 자리에서 당장 싸우고 내 자리를 차지해야 정상이었지만, 강아지를 데리고 간다는 핸디캡 때문에 적당히 실랑이 하다가 지정해주는 자리로 이동했다. 외국인에다 강아지를 데리고 차에 탄 손님, 환영 받기 힘든 환경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밤 늦게 아난드 비하르에서 러크나우행 버스를 탔고, 출발 전 KFC에서 든든하게 버거 2개와 치킨 2조각을 미리 먹어뒀기에 도착때까지 잠이나 자자 마인드였다.

 

델리-러크나우를 개인 차량으로 이동했을 때에는 14시간 정도 걸렸었기에, 버스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빨리 도착하겠거니 하는 마인드였다. 강아지 덕분에, 야간 버스를 타고 중간에 들르는 휴게소에서 마시는 짜이 한잔의 여유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가장 열악한 버스 뒷자리에 앉아 혹시 개가 짖거나 낑낑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잠도 잘 못잤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나름 꿀잠을 자고 있었다. 잠결에 갑자기 귀를 자극하는 하이톤으로
"깨갱~ 앙앙앙앙"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게 바로 내가 데리고 가고 있는 강아지였음을 직감했다.

 

어느 한 과속방지턱, 혹은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패인 도로를 지나면서 내 몸과 강아지를 지키고 있던 켄넬이 붕 떴고, 버스 바닥으로 그 켄넬이 자유낙하 하면서 강아지 다리가 끼였었나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리고 내 강아지에게도 미안하고.. 도착하기 전까지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시간을 보냈다.

 

델리에서 러크나우까지 가는 버스는 긴 이동시간 때문에 다이렉트로 가지는 않는다. 타지마할로 유명한 아그라까지 우선 먼저 간 다음에 공업 허브 도시인 칸푸르를 거쳐 러크나우로 이동한다. 당시 러크나우까지 도착하는데는 총 16시간 가량 걸렸다.

 

사설 버스 답게,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지 않고 어느 도로가에 내려줬다. 덕분에 픽업을 나오기로 했던 기사는 내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고, 비 오는 날 강아지 한마리와 함께 길바닥에서 처량하게 한시간 반 가량을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기사를 만나 최종 목적지까지 추가 2시간, 그렇게 긴 여정이 끝이 났다.

 

이번 델리 이주 노동자들도 이것과 동일한 코스를, 혹은 이보다 더한 코스를 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의 확산 여부를 떠나서, 집에 잘 도착해서 따뜻한 집밥 한끼 할 수 있기를 그저 바래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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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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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작성자 2020.03.29. 15:44
참고로 델리의 아난드 비하르에서 러크나우까지 구글 경로검색을 해보면, 자동차로 530km 나옵니다
댓글
델리만주 2020.03.30. 13:31
역시 방장님 산전수전 다겪으셨네요ㅎㅎㅎ
댓글
경기인 2020.04.02. 23:59
참.. 이런 여정을 하신 분이 계시다니
댓글
June3 2020.04.15. 06:08
혼자하기도 어려운 인도여행을...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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